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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론 Open강좌/미술용어

각저총_角抵塚

by 태풍되고픈천둥 2012. 7. 18.

각저총(角抵塚)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현[集安縣]에 있는 고구려의 벽화고분. 그 서남쪽에는 무용총(舞踊塚)이 있다. 압록강 유역의 다른 고분들과 같이, 남서향인 봉토분(封土墳)으로 돌을 다듬어 쌓아올린 위에 흙을 덮어 만들었다. 널방은 정사각형이며, 직사각형인 앞방이 있고, 그 앞을 널길[羨道]이 연결하고 있다. 앞뒤로는 좁고 좌우로 긴 직사각형 앞방 천장의 좁은 부분이 궁륭형(穹形)으로 되어 있어 마치 널방 앞을 좌우로 터널을 뚫어 놓은 것 같다. 널방 천장은 모줄임천장으로 되어 있다. 이 벽화고분은 다른 고분과는 달리 청룡·백호·주작· 현무와 같은 사신그림이 없지만, 앞방에 들어가면 왼쪽과 오른쪽 벽에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그려져 있고, 앞쪽 벽에는 눈동자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사나운 개가 그려져 있다. 널방의 동쪽 벽에는 이 이름이 붙여지게 된 씨름그림이 나무를 중심으로 그려져 있고, 북쪽 벽에는 묻힌 사람의 생전의 실내모습을 연출한 듯 지붕과 커튼을 친 집안에 여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서쪽 벽에는 소가 끄는 수레와 안장을 얹은 말이 그려져 있으며, 천장은 화려한 불꽃문양과 인동당초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무늬 사이로 삼족오(三足烏)가 있는 해[日象]와 두꺼비가 있는 달[月象]이 있다. 벽의 네 모서리에는 두 팔을 치켜 들고 천장을 떠받치는 형상의 역사상(力士像)을 배치하였다. 축조방식이나 시기·벽화의 내용 등이 무용총과 비슷하다. 각저총(角抵塚)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 무덤 현실의 동쪽 벽에 고구려의 전형적인 씨름(角抵)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여산의 남쪽 기슭에 무용총과 이웃해 있으며 축조 방식이나 시기, 벽화의 내용 등도 무용총과 비슷하다. 무덤 모양은 방대형이며 밑둘레의 한 변 길이는 15 m, 직사각형의 전실과 정사각형의 현실로 이루어진 2실분이다. 현실은 네 벽 바로 위에 2단의 평행 굄돌을 얹어 맞조이고, 다시 네 모서리에 4단의 삼각형 굄돌을 놓아 8각 굄 천장을 구축했다. 무용총처럼 죽은 이의 생전 상황을 주제로 했고, 무늬나 수법 필치 등이 흡사하나 벽화 내용은 적고 간결하다. 유명한 벽화로는 씨름 그림 외에 북쪽 벽에 그려진 주인공의 실내 생활도가 있다. 오늘날의 커튼처럼 화려한 장막이 쳐진 실내에서 귀부인 두명이 음식이 놓인 탁자를 각각 앞에 놓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고구려 귀족들의 풍요로운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무용총과 각저총 같은 5세기 벽화 고분들은 무덤을 피장자가 생전에 살던 주택 분위기와 같게 하기 위해 묘실의 네 귀퉁이에 붉은 색으로 기둥을 그려 넣는 치밀함까지 보이고 있다. 천장에 각종 문양과 동·식물, 인물 형상을 그려 넣은 것도 장관이다.  각저총 주실 동벽(主室東壁)의 벽화 [씨름도]는 벽면에 석회와 찰흙을 불가사리의 끈적끈적한 액체로 반죽한 위에 그려놓은 것이다. 나무 밑에서 씨름을 하는 두 역사(力士)와 심판을 보는 듯한 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인의 머리 위쪽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조문(鳥紋)이 그려져 있다. 나무 쪽에 위치한 역사는 크고 길게 째진 눈이나 큼직한 매부리코로 보아 고구려 사람이기보다는 서역인(西域人) 같은 인상을 풍긴다. 이 점은 고구려 벽화고분의 상당수가 중앙아시아 계통의 말각조정(抹角藻井)의 천장을 지니고 있고, 그 밖에 각종 문양에도 중앙아시아적인 요소들이 보이고 있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또한, 배경으로 보이는 수목의 형태에서 큰 가지들의 모습은 대체로 사실적이나, 한(漢)나라 때의 화상석(畵像石)에 표현된 나무들처럼 가지의 끝은 ‘손바닥 위에 주먹밥을 올려놓은 듯한’ 형태를 하고 있을 뿐 나뭇잎들이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나뭇가지들 여기저기에 새들이 앉아 지저귀는 듯한 광경은 화면 전체에 생동감을 더해주고 풍속화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또한, 이 나무는 윤곽선이 전혀 없이 채색으로만 몰골화(沒骨畵)처럼 표현되어 있어, 뚜렷한 윤곽선으로 표현된 구륵화적(鉤勒畵的)인 인물화법과 큰 대조를 이룬다. 고구려 귀족의 호화로운 생활의 일면을 보여주는 주인실내생활도(角抵塚-主人室內生活圖)는 장막을 들어올린 넓은 방 중앙에서 밥상을 받는 주인과 그 옆에 꿇어앉은 고구려의 두 여성이 보이는데, 피장자(被葬者)가 생전에 누린 호사스러운 생활을 재현한 그림인 것 같다. 여성의 단정한 기품과 한국 여성적인 특징이 잘 포착되어 있다. 당시의 풍속·복장을 엿볼 수 있는 풍속자료로도 귀중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