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丹靑)
단청의 역사는 선사시대 신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제단을 꾸미는 데 그림을 장식하거나 제사장(祭祀長)의 얼굴에 색칠을 하는 일 등에서 비롯되었다. 단청은 위풍과 장엄을 위한 것으로 궁전이나 법당 등 특수한 건축물을 장엄하여 엄숙한 권위를 나타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건조물이나 기물을 장기간 보존하고자 할 때 즉, 비바람이나 기후의 변화에 대한 내구성과 방풍, 방부, 건습의 방지를 할 수 있다. 재질의 조악성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표면에 나타난 흠집 등을 감출 수 가 있으며 일반적인 사물과 구별되게 하여 특수기념물의 성격을 나타낼 수도 있다. 원시사회에서부터 내려오는 주술적인 관념과 또는 고대 종교적 의식 관념에 의한 색채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단청은 신비감을 주고 잡귀를 쫓는 벽사(邪)의 뜻도 있고 위엄과 권위를 표시하기도 한다. 한국은 삼국시대에 활발하게 유행하였다.
【역대의 단청】 고구려 벽화고분인 쌍영총(雙楹塚)·사신총(四神塚)·강서(江西) 우현리대묘(遇賢里大墓)·안악(安岳) 제2호분 등에 비천(飛天)·연꽃·인동초·구름·불꽃 등 다양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신라의 솔거(率居)나 일본에 건너가 그림을 그린 백제의 백가(白加)도 모두 화공이었는데, 단청은 화공이 도맡아 하였다. ‘단청’이란 그림을 뜻하기도 하였다. 안압지(雁鴨池) 발굴 때 출토된 통일신라 암막새 기와 밑에 단청의 붓자국이 있는 것도 있었고, 단청할 때 물감을 담은 그릇 등도 출토되었다. 1123년(고려 인종 1) 고려에 와서 본 바를 기록한 송나라 서긍(徐兢)의 《고려도경》에 “궁궐 건물에 난간은 붉은 옻칠을 하고 동화(銅花)를 장식하였으며 단청이 장엄하고 화려하다”라고 하였다. 고려의 단청은 외부의 기둥이나 난간 부분에는 붉은색을 칠하고 그늘진 천장이나 추녀 안은 녹색으로 칠해서 단청의 명암효과를 높였다. 현재 남아 있는 수덕사(修德寺) 대웅전이나 부석사(浮石寺) 무량수전(無量壽殿) 등 건물의 단청은 녹색이 많아 내부는 차갑고 가라앉은 분위기가 감돈다. 백제의 건축에 사용된 색채의 유무는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고분을 통해서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하나는 공주 송산리(宋山里) 고분벽화이고 다른 하나는 부여 능산리(陵山里) 고분벽화이다. 전자는 전건축 (塼建築)으로 진흙을 칠하여 밑바탕을 만든 다음에 주작도(朱雀圖)를 그렸으며, 후자는 돌방무덤[石室墳]으로 돌에 직접 사신도(四神圖)와 비운연화도(飛雲蓮花圖)를 그렸다. 이런 고분벽화에 나타난 사신도와 여기에 칠해진 색채로 보아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궁궐건축에 색채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짙다. 신라의 색채사용에 관한 자료는 고분에서 보다 문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삼국사기》 권33 <옥사조(屋舍條)>에 따르면 5색이 진골(眞骨)계급부터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윗계급인 성골(聖骨), 즉 왕궁에서만 5색을 사용하였다는 뜻이다. 이는 조선시대의 단청이 왕궁을 위시한 관아건축에만 사용되고 민간에는 금지되었던 일과 일맥상통한다. 조선시대에는 단청에 등황색을 많이 써서 밝고 화려하며 문양도 다양해진다. 이것은 간결한 고려의 주심포(柱心包)집에 비하여 복잡한 조선의 다포(多包)집이 장식적으로 흐르는 건축구조와도 일맥상통한다.
【단청의 원료】 단청의 원료인 안료는 원래 진채(眞彩) 또는 암채(岩彩)라 하여 광물질 색감을 사용하였다. 이 안료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이었다. 단청은 광택이 없고 벌레의 침식을 방지하고 방습효과가 있어 목조건물의 부패를 방지한다. 단청이 무광택이므로 역광(逆光)에서 보아도 제 빛깔을 발한다.
【단청의 기본빛깔】 기본빛깔은 5색이며 이를 혼합해서 수많은 빛깔을 낸다. 5색은 청·적·백·흑·황이다. 정약용(丁若鏞)의 《여유당전서》 <잡찬집(雜纂集)>에 단청의 5색은 5행사상과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청은 동(東)이며 용(龍)이고 계절로 봄[春]이며 5행으로 목(木)이다. 적은 남(南)이며 새[雀]이고 계절로 여름[夏]이며 5행으로 화(火)다. 백은 서(西)이며 호랑이[虎]이고 계절로 가을[秋]이며 5행으로 금(金)이다. 흑은 북(北)이며 현무(玄武)이고 계절로 겨울[冬]이며 5행으로 수(水)이다. 황은 중앙이며 계절로 토용(土用:환절기에 해당)이며 5행으로 토(土)이다. 단청의 5행사상에는 현세의 강녕(康寧)과 내세의 기원이 깃들어 있다.
오행
|
방위
|
절기
|
색상
|
방위신
|
목
|
동
|
봄
|
청
|
청룡
|
화
|
남
|
여름
|
적
|
주작
|
토
|
중안
|
토용
|
황
|
인황
|
금
|
서
|
가을
|
백
|
백호
|
수
|
북
|
겨울
|
흑
|
현무
|
【단청의 종류】
* 가칠단청 : 건축물에 선이나 문양 등을 전혀 도채하지 않고 한두 가지 또는 서너 가지의 색으로 그냥 칠만하여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하며 주로 사찰의 요사채나 궁, 능의 협문 등에 많이 쓰인다. * 긋기단청 : 가칠 단청 한 위에 부재의 형태에 따라 먹선과 분선을 나란히 긋기 하는 것을 말하며 경우에 따라 한 두가지 색을 더 사용할 때도 있다. 간혹 부재의 마구리에 간단한 매화점이나 태평화 등의 간단한 문양을 넣는 경우도 있다. 사찰의 요사채나 향교, 서원 부속 건물의 내부등에 많이 사용된다.* 모로단청 : 머리단청이라고도 하며 부재의 끝머리 부분에만 비교적 간단한 문양을 넣고 부재의 중간에는 긋기만을하여 가칠상태로 그냥 두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며 단아한 느낌을 준다. 주로 사찰의 누각이나 궁궐의 부속건물 정자 등에 많이 사용된다.* 금모로단청 : 얼금 단청이라고도 하며 머리초 문양을 모로단청보다 좀더 복잡하게 초안하여 금단청과 거의 같게한다. 중간 여백은 모로 단청과 같이 그냥 두거나 간단한 문양이나 단색으로된 기하학적인 문양(금초)을 넣기도 한다.* 금단청 : 비단에 수를 놓듯이 모든 부재에 여백이 없이 복잡하고 화려하게 도채한다고 해서 비단 금(錦)자를 사용하여 금단청이라고 한다. 주로 사찰의 법당이나 주요 전각에 많이 사용한다. * 갖은금단청 : 금단청과 같으나 문양이 더욱 세밀하고 복잡하며 문양위에 겹쳐서 동식물 또는 비천상 등을 그려 넣는 경우도 있으며 고분법이라 하여 문양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거나 금박을 사용하여 장엄효과를 극대화 시키기도 한다. 가장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는 법식으로 주로 사찰의 중심되는 법당에 많이 사용된다. 이러한 단청의 종류는 각각 그 품격이 다르므로 단청을 할 때에는 대상 건물의 성격과 구조, 주위의 환경등을 잘 파악하여 그 격에 맞는 단청을 해야할 것이다. 일례로 부속전각이나 요사채에 금단청을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 할 것이다.
【단청의 문양】 단청문양은 장식구성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머리초·별지화(別枝畵)·금문양· 천장문양으로 나눌 수 있으며, 머리초문양은 녹화(綠花)머리초·연화(蓮花)머리초· 주화(朱花)머리초·장고(杖鼓)머리초·병(甁)머리초로 구분할 수 있다. 단청문양을 세분하면
① 기하학적인 무늬로 원·사각형·삼각형·격자(格子)·완자[卍字]·직선.
② 당초(唐草)무늬로 인동당초(忍冬唐草)·포도당초·싸리당초·국화당초·보상당초(寶相唐草).
③ 천지자연물(天地自然物)로 해·달·별·구름·암석·산수.
④ 식물무늬로 소나무·대나무·매화.
⑤ 화초무늬로 연꽃·국화·난·모란·석류.
⑥ 동물로 조개·나비·벌레·새·물고기·짐승.
⑦ 종교적 문양으로 불·신·선인·천인·12지(十二支)·용·봉황·코끼리·제비·사자·범·보살·성상(聖像).
⑧ 길상(吉祥)무늬로 강녕(康寧)·희(囍)·완[卍]자·십장생(十長生)·수복(壽福)·부귀(富貴) 등 문자로 표시된 것.
⑨ 생활상으로 수렵·어로·농경·전투·무용·연회·주악 등이 있다. 이들 문양은 모두 시대별로 많이 달라진다.⑩ 별지화(別枝畵)는 건물의 창방·평방·도리·대들보 등에 회화적 수법으로 장식된 그림이다. 궁전건물에는 그다지 많지 않고 사찰건물에 많다. 별지화는 용·말· 신선·산신·기린·사자·불화·학·산수 등이 많다.
【단청의 시공과정】 단청을 칠하는 순서는 먼저 가칠을 하고 문양을 칠한다. 가칠이란 단청문양을 할 공간의 바탕 을 칠하는 것인데 창방·평방·연목(椽木)·도리·대들보·포(包) 등에는 뇌록색(磊綠色)을 칠하고 기둥 등에는 석간주(石間)를 칠한다. 가칠 위에 문양본을 대고 문양을 떠서 색칠을 한다. 편수(片手)로 선정된 화공은 해당 건물의 단청 형식 및 문양을 선택하고 단청안료를 배합하여 빛깔을 조채(造彩)하며, 출초(出草)를 만들어 해당 부재면(部材面)에 대고 타초(打草)를 한 후 채색작업을 한다. 단청에 쓰는 풀은 아교나 민어풀이다.* 출초(出草) : 단청할 문양의 바탕이 되는 밑그림을 ‘초‘라고 하고 그러한 초를 그리는 작업을 출초 또는 초를 낸다고 한다. 또한 출초를 하는 종이를 초지라고 칭하며 초지는 한지를 두겹이상 세겹 정도 배접하여 사용하거나 모면지나 분당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초지를 단청하고자 하는 부재의 모양과 크기가 같게 마름한 다음 그 부재에 맞게 출초를 하는 것이다. 단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 바로 이 출초이며 이 출초에 따라 단청의 문양과 색조가 결정되는 것이다. 출초는 화원들 중에 가장 실력이 있는 도편수가 맡아 한다. * 천초 : 출초한 초지 밑에 융, 또는 담요를 반듯하게 깔고 그려진 초의 윤곽과 선을 따라 바늘 같은 것으로 미세한 구멍을 뚫어 침공을 만드는 것을 천초 또는 초뚫기라 하고 초 구멍을 낸 것을 초지 본이라 한다.* 타초 : 가칠된 부재에 초지본을 건축물의 부재 모양에 맞게 밀착시켜 타분주머니(정분 또는 호분을 넣어서 만든 주머니로 주로 무명을 많이 사용)로 두드리면 뚫어진 침공으로 백분이 들어가 출초된 문양의 윤곽이 백분점선으로 부재에 나타나게 된다.* 채화 : 부재에 타초된 문양의 윤곽을 따라 지정된 채색을 차례대로 사용하여 문양을 완성시킨다.
【안료의 종류】 안료란 용매에 용해되지 않는 유색 미립자상의 무기(無機) 또는 유기(有機) 화합물의 착색제로서 접착제와 혼합하여 해당물건에 칠을 하면 도막(塗膜)이 형성되어 성형물에 아름다운 색채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단청을 위하여 사용되는 안료는 유기질 안료인 시아닌그린(cyanin green:磊綠色 제조에 사용), 퍼머넌트 오렌지 (permanent orange:長丹色), 퍼머넌트 옐로(permanent yellow:石黃色), 톨루이딘 레드(toluidine red:朱紅色), 퍼머 넌트 블랙(permanent black:먹)과 무기질 안료인 티타늄 디옥사이드(titaniume dioxide R 760:白粉色), 아이언 옥사이드 옐로(iron oxide yellow:黃土色), 호분(胡粉), 에메랄드 그린(emerald green:洋綠色), 리드 레드(lead red:長丹色), 코발트 블루(cobalt blue 7117:群靑色), 아이언 옥사이드 레드(iron oxide red:石間色), 크롬 옐로(chrome yellow:石黃色), 크로미움 옥사이드 그린(chromium oxide green:荷葉色), 울트라마린 블루(ultramarine blue:群靑色) 등 15종의 안료를 사용하고 있다(이상은 문화재관리국 규격 안료).
【단청의 보존】 이미 그려져 있는 문양이나 색채를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하여 처리하는 것을 단청의 보존처리라고 한다. 단청의 보존방법에는 현재 건물에 남아 있는 문양을 정확하게 모사(模寫)하여 보존하는 방법, 문양의 없어진 부분을 단청안료로 고색(古色)을 만들어 현존한 색상과 문양에 맞추어 동일하게 그려넣어 보존하는 문양의 고색 복원단청, 건물을 보수할 때 새로 갈아끼운 목재에는 옆에 남아 있는 부재의 색상 및 문양과 동일하게 그려넣는 고색땜단청, 현재 남아 있는 단청 안료가 접착제의 약화로 균열박락(龜裂剝落) 및 분상박락(粉狀剝落)되어 퇴색되는 것을 합성수지를 이용하여 다시 접착시켜 줌으로써 단청을 보존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응용된다.
'미술이론 Open강좌 > 미술용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채화_淡彩畵 (0) | 2012.07.19 |
---|---|
단필마피준법_短筆麻皮 (0) | 2012.07.19 |
단원 김홍도_檀園 金弘道 (0) | 2012.07.19 |
단선점준 (0) | 2012.07.19 |
레오나르도 다빈치_Leonardo da Vinci (0) | 2012.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