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Grotesque)
사람·동물·꽃·과일 등을 포함하는 장식예술을 지칭하는 술어로 때로는 아라베스크라고 칭해지기도 하지만 그로테스크와 아라베스크는 완전히 일치되는 술어는 아니다. 본래 이탈리아 어로 그로테스코는 보통의 미술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를 장식하기 위한 색다른 의장을 가리키는 것으로써 오늘날 흔히 쓰이고 있는 '괴이한 것, 극히 부자연스러운 것' 등을 형용하는 의미와는 무관계한 말이었다. 15세기 말 고대 로마의 폐허가 발굴되었을 때, 지하에 파묻혔던 건축물 볼트가 동굴(grotta)과 흡사하였는데, 그 벽 모양은 덩굴식물인 아라베스크에 공상의 생물, 괴상한 인간의 상, 꽃·과일·촛대 등을 복잡하게 결합시킨 것으로, 그 괴이함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그로테스키(grotteschi)라는 일종의 괴기취미의 유행을 낳았다. 물론 이러한 괴기한 형상 그 자체는 예술사와 더불어 오래된 것이다. 고대민족은 예외 없이 주술적 신앙과 결합하여 토템이나 페티시(Fetish:物神)라고 하는 괴이한 조형물을 남기고 있으며, 미개민족이나 피정복민족 중에는 오늘날까지도 신화나 전설과 함께 그로테스크한 숭배물(崇拜物)을 가지고 있다. 문명사회에서도 기존의 질서가 해체되고 가치의 도착(倒錯)이 일어나는 변혁기에는 모든 공상력을 구사한 과장이나 왜곡이나 이질적인 것과의 결합과 지나친 면밀성이 뒤섞인 괴기미(怪奇美)에 대한 관심이 나타난다. 중세의 교회 질서가 붕괴하기 시작한 15∼16세기는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그로테스크의 대폭발기에 해당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에로 데 코시모, 주제페, 알킨보르드, 플랑드르파(派)에는 H.보스, P.브뢰겔, 독일에서는 M.그뤼네발트 등의 회화, 프랑스에서는 풍자작가 F.라블레의 《가르강튀아 이야기》 등이 그 대표적이다. 이들 그림이나 이야기에는 보스(boss)가 가장 전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정체 모를 괴물이나 괴수(怪獸)가 인간을 위협하고 농락하고 살해하며, 악기가 거꾸로 인간을 연주하고, 거지와 불구자나 망령(亡靈)의 무리들이 득실거리고 있으며, 합리적인 질서나 관념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적나라한 자연의 마력과 다시 대결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절대왕정으로부터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의 변혁기에 해당하는 프랑스 혁명 전후에도 고야, W.블레이크, F.들라크루아 등 그로테스크의 회화가 나타나, 그것은 낭만파 예술이라는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문학에서도 E.A.포, E.호프만, H.발자크, V.위고, T.고티에, C.보들레르, N.V.고골리 등의 작품에 낭만적인 괴이한 환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19세기 후반의 합리주의·실증주의의 풍조 아래에서도 이 계보는 O.르동, J.엔소르, H.루소, E.뭉크, G.클림트의 회화나, F.M.도스토예프스키, A.스트린드베리, C.로트레아몽의 문학 등 특이한 개성에 의하여 계승되어, 반자연주의 운동에 흘러들었다. 20세기의 그로테스크는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사회불안, 계급대립, 기계문명의 압력, 경제적 궁핍 등의 상황 속에서 폭발하여, 전통적 미학과 도덕을 파괴하고 새로운 인간주체를 회복하려고 한다. G.카이저, C.슈테른하임, A.브뤼크너의 희곡, 《칼리가리 박사》 《죄와 벌》 《아침에서 한밤중까지》 등의 영화, F.카프카의 소설, A.쿠빈을 비롯하여 H.E.크로스, O.딕스, E.놀데 등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표현주의가 그 하나의 예이다. 특히, 후기 표현주의는 신즉물주의(新卽物主義)라고도 하며, ‘마술적 리얼리즘’의 이름 아래 쉬르리얼리즘에 통하는 이질물의 결합을 즐겨 모티프로 하였다. 쉬르리얼리즘의 회화에는 그로테스크한 경향을 가지지 않는 것이 적지만, 특히 달리, M.에른스트, A.마슨, R.마그리트, P.데르보, L.쿠토, 브라우넬, 스완베르크 등의 작품에는 현저하다.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로테스크는 소외된 불가해(不可解)한 세계를 영상화하는 것으로서 문학·예술의 중요한 일면이 되고 있다. 회화에서는 라파엘로가 이러한 모티브를 최초로 사용한 이래 핀투리키오의 바티칸의 장식 무늬나 루이16세 시대의 고대 취미 등이 이 이름으로 불려지면서 널리 예술 일반에도 쓰여오고 있다. 그 후 그로테스크란 말은 다른 예술 분야에서 본래의 의미에서 전용되어 일반적으로 예술에 나타난 괴기한 아름다움, 이형성, 황당무계한 형상, 자연질서에 대립되는 것 등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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